글
좋구나...
오늘은 일요일. 아침에 항상 그렇듯이 11시가 다되서 도저히 허리가 아파서 더는 잘 수가 없어서 일어나 집근처에서 매주 일요일마다 서는 Farmer's Market에서 내가 좋아하는 버섯과 해독쥬스를 만들어 먹고자 양배추 한통과 속 색깔이 빨간 것이 일반 오렌지보다 더 맛있길래 세개만 사서 집으로 돌아와 일요일마다 먹는 버섯 된장찌게와 계란야채부침을 먹었더니 곰새 2시다.
지난주부터 작지만 야채들을 심을 정도는 되는 야드가 생긴 덕분에 토마토, 오이, 호박, 콩, 고추 등을 조금씩 심기 시작했다. 이번주는 남아 있던 점토로 뒤덮힌 부분에 영양이 듬뿍든 흙을 사서 땅을 건강하게 해주느라 땀을 흠뻑 쏟았다.
아저씨가 옆에서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한마디 흘리길래 오늘 나 도와주느라 고생도 하고 해서 늦었지만 맥주마시며 일몰이나 볼까하고 집을 나섰다. 잠시 해변가를 걷다가 호텔 야외 바에 일몰이나 볼까하고 갔더니 Wine Special을 한다고 해서 맥주는 잠시 접어두고 8시까지 분위기 좋은 곳에서 얘기하며 즐겁게 일요일 저녁을 보내고 왔다.
앉았던 테이블에서 보이는 바다.
이게 얼마만인가. 십수년만에 붓을 다시 잡아봤다. 한국에 다녀온 덕분에 먹물도 사고 연습 한지도 사고해서 어제 오래간만에 예전에 선생님이 써주셨던 안근례비 체본을 보고 글씨를 써봤다. 선생님 글씨를 오래간만에 봤더니 정말 대단하시다. 선과 간격이 너무 조화롭고 한글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름답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어제 처음으로 써 본 글씨.
좋구나. 먹 냄새, 붓의 촉감, 나무 문진, 벼루의 무게감, 한지와 오래간만에 대하니 너무 좋다. 국민학교때 서예를 잠시 어머니 덕분에 배운지 약 20년만에 몇달 다시 다니다 회사일이 너무 바빠 그만둔 뒤로 십수면만에 다시 잡아보니 감회가 새롭다. 한가지 불편한 점이라면 붓이 상당히 큰지라 글을 다 쓴 뒤 깨끗이 빨려면 시간도 물도 너무 많이 든다. 빨아도 빨아도 계속 계속 먹물이 나와 제대로 된 것 같지는 않아 좀 걱정이다. 다음주 주말이나 되서야 다시 글을 쓸 수 있을텐데..
또다시 한 주가 시작되는구나. 이런 여유를 누를 수 있는 것도 열심히 지난 한 주를 보냈기 때문일텐데 다음 주말을 위해서 이번 주일이 열심히 일하며 보내야지해보지만 역시 일보다는 노는게 좋아.. :(